2010년 3월 16일 화요일

간만의 외출, 가평여행!

올 겨울 곰처럼 긴긴 겨울잠을 자다가 어느 날 즉흥적으로 하루 여행을 계획했다. 즐겁게, 다소 설레이게. 나에게 있어 이번 여행은 긴 잠 이후에 잠도 깨고 또 봄이 얼머나 성큼 다가왔는지 시찰하러 나간 것이기에, 그저 어디든 '나간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짧은 하루 코스였지만, 들렸던 장소는 3군데.

 

첫 번째는 '남이섬' .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분여를 들어가면 남이섬 입구가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서 걷다보니 예전에 아주 어릴 적에 왔던 기억이 살포시 난다. 참 기억이란 신기하다. 남이섬을 와 봤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와서 직접 걸어보니 왔던 느낌이 나는 거다. 아주 어릴 적이었다. 내가 다니던 '성야유치원'에서 봄소풍으로 놀러왔던 곳이다. 엄마가 일을 하셔서 할머니가 대신 와 주셨던 그 유치원 소풍. 뭘 했는지도 기억이 난다. 할머니와 내가 서로의 어깨 사이에 풍선 하나를 끼고 출발해 반환점을 돌고 가는 것! 잠시 옛 기억이 떠오르면서 익숙한 느낌으로 남이섬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리곤, 유명했던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었다. 나무 사이사이 낙옆으로 만든 하트에도 서보고.

 

 

배용준과 최지우의 사진에 무한 애정을 발사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보는 것도 이제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일본에 가서도 느낀 거지만, 배용준이란 배우는 일본 여성분들로부터 굉장한 애정을 받는다. 그녀들의 표현도 적극적을 넘어 열정적이다. 누군가가 그렇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살맛나는 일일까? 사랑을 받는 사람도 행복하고, 주는 사람도 행복한 이런 훈훈한 광경! 예상하지 못했던 남이섬의 풍경이었다.

 

 

남이섬 안에서 파는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었는데, 그 맛이 딱 내 입맛이었다. 볶은 김치, 계란후라이, 밥이 주재료인데 옛날 철 도시락에 담겨 나온다. 뜨거워서 처음에는 맨 손으로 잡을 수가 없고, 뚜껑을 열기 전에 장갑을 끼고 재료가 잘 섞이도록 흔들어 먹는다. 배가 고파서 였을까. 정말 맛있는 도시락이었다. 도시락과 오뎅 한 그릇! 시간이 더 많았다면 여기서 동동주 한 잔 마셔주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내가 술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두 번째 장소는 '쁘띠 프랑스'. 여긴 전혀 몰랐던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해 주니까 알겠더라.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장소! 얼핏 '하우스텐보스'와 같은 느낌을 연상시킨다. 규모는 다르지만. 어린왕자의 작가 생택쥐페리와 관련된 전시도 많고 김명민의 작업실에서 그처럼 앉아 악보를 볼 수도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더 많은 볼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겐 참 좋았다. 뭔가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다른 구조물 자체가 신선함을 주었던 것 같다. 깔끔하고 아담한 느낌.

 

 

세 번째는 양수리에 있는 '두물머리'. 하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출사지라서 기대를 조금 하긴 했다. 사람들이 두물머리에서 찍었던 사진도 많이 보았고. 내려서 두물머리 주변을 산책하면서 '정동진'에 갔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고야 말았다. '이게 다야?' 아마도 더 크고 고즈넉한 풍경을 기대했던가 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역시 카메라에 담고 보니 좋은 풍경이 나왔다. 사람들이 왜 가서 사진 찍으라 했는지 알겠더라. 이번엔 사진을 찍었으니, 다음엔 산책만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 군데 모두 하루씩 잡고 여행을 가도 좋을 곳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이제 많은 여행지를 둘러 보려고 애를 쓰기 보다는 한 곳에 가더라도 그곳에서 천천히 무언가를 느끼고 오는 것이 더 의미있는 여행이 된다는 것~ 여행지에서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

 

함께 가주어 고맙소!

 

 

댓글 4개:

  1. 아...여행...orz... 마지막으로 가 본게 어언 작년 가을이군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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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habanya - 2010/03/17 11:46
    가을에 가는 여행도 좋죠~ 전 작년에 아무데도 못갔었다죠...흑... 올 봄에는 꼭 봄꽃 보러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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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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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nonymous - 2010/04/06 22:42
    오시었군요!

    내가 또 뭘 하든 정성을 다하지.. 하하!

    그래 길일을 잡아서 또 가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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