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2일 월요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개성 충만한 판타지 캐릭터

- 3월 토끼, 미친 모자 장수, 앨리스, 하얀 토끼, 체셔 고양이, 하얀 여왕, 애벌레 압솔렘 -

 

팀버튼의 영화는 요새 유행어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게 된다. 왜냐하면 팀버튼의 영화라면 으레 판타지 영화를 떠올리게 되고, 팀버튼이 만드는 판타지 영화라면 의당 조니 뎁이 주연일 것이며 그 기기묘묘함 속에서 그의 캐릭터는 절대로 범상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고 특히 팀버튼과 조니 뎁이 함께 만든 판타지 영화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팀버튼은 조니 뎁을 영화에 알맞을 정도의 ‘미친 모자 장수’로 만들어 냈다. 물론 캐릭터의 완성은 감독 혼자서 해냈다고는 볼 수 없다. 조니 뎁 역시 기꺼이 ‘미친 모자 장수’가 되어 독특하고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온 몸으로 잘 표현해 주었다.

 

내가 미친 모자 장수를 보면서 가졌던 한 가지 궁금증은 모자 장수의 진한 초록색 눈동자였다. 색깔은 다르지만 체셔 고양이 같은 눈. 또 이전에 ‘슈렉’에서 장화신은 고양이 같기도 한 눈. 환상의 세계를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랬던 걸까. 그 이유는 모자 장수라는 직업에서 기인했다. 머리색, 광대 같은 얼굴도 역시 초록색 눈을 가진 배경과 같은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조니 뎁은 캐릭터를 연구하던 중 당시 모자 제조업자들이 수은 중독에 걸리는 일이 많았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모자쟁이처럼 미쳤다’는 의미의 말인 ‘MAD AS A HATTER’ 는 모자를 만들 때 쓰는 접착제에 수은이 많이 함유돼 있었던 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조니 뎁은 수은 중독이 모자 장수의 내면 뿐 아니라 외모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하고 오렌지 색 머리카락에 광대 같은 얼굴, 서로 크기가 다른 초록색 눈동자 등 수채화로 상상화를 직접 그렸다.”
- 씨네21 제작노트 중에서 -


 

그가 하는 말의 중간중간 이해불가한 단어들의 조합도 그런 ‘미친’ 캐릭터를 한 층 더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이었을 것이다.

 

이 배우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괴상한 캐릭터를 설정해 놓고는 그에 비해서는 이상하리만치 현실 세계의 인간다운 감정 연기를 펼치신다. 즐거운 듯 깔깔 웃어대다가 갑자기 우울해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아는 이성적 판단력과 떠나는 앨리스를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보여주는 애절함. 예민하고 변덕스러운 모자 장수의 시시각각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한 조니 뎁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다. 언더랜드라는 비정상적인 세계에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이 감정들이다.

 

그리고 궁금했던 새로운 배우, 앨리스 역의 ‘미와 와시코우스카’. 그녀는 정말로 신선했다. 그래서 영화도 더 신선하게 다가왔고. 어린 소녀 앨리스가 아니라 19세 소녀로 성장한 앨리스, 당차고 강한 여전사 앨리스의 모습을 잘 소화해 낸 것 같아 보인다.

 

겉치레 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선호하는 소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소녀, 주변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당당히 밝힐 줄 아는 소녀 등등. 밝은 에너지를 가진 소녀임이 분명하지만 잠시 자신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엔 정의로운 여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녀의 연기는 꽤 괜찮았다.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 볼 만한 배우인 것 같다.

 

이 신인 여배우가 눈에 띄는 또하나의 이유는,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이유지만, 좋아하는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를 조금 닮았다는 점. 옆모습에서 살짝 ‘기네스 펠트로’가 보인다. 아니면 말고.

 

이외에도 눈에 띄는 캐릭터로 붉은 여왕이 3위를 차지한다. 실제 배우의 머리 크기보다 2배나 큰 이 여왕은 마음씨 곱고 아름답기까지 한 하얀 여왕과 대조적인 캐릭터이며 이 영화에서는 재미를 담당하고 있다. 만화책에서는 머리가 크게 그려져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정상적인 사람들과 함께 비정상적으로 머리가 큰 사람이 나오는 영화 속 장면은 신기한 볼거리가 된다. 어떻게 촬영했는지도 궁금해지고. 의상도 다소 유치하면서 싼티나도록 디자인했다고 한다.

 

또 이 붉은 여왕을 연기한 헬레나 본햄 카터는 늘 목을 베라고 소리를 많이 질러서 매일 밤 10시쯤이 되면 늘 목이 잠겼다고 한다. 공포정치를 주무기로 나라를 다스리는 붉은 여왕은 툭하면 사람의 목을 벤다. 매일 화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이 대목도 재미 요소다. 다시 떠올려도 웃음이 난다.

 

무튼, 영화 전체적으로 영상은 훌륭했으나 스토리는 조금 약했다는 항간의 평들도 있지만 그건 팀버튼 영화라는 것에서 오는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각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건 팀버튼의 스타일과 맞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고.

 

팀버튼은 약간 음울한 판타지를 만든다. 시종일관 밝고 맑고 경쾌하진 않다. 가위손에서도, 배트맨2에서도, 빅 피쉬에서도,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언더랜드도 황량한 느낌으로 시작한다. 마음을 활짝 열고 보면 이번 판타지 영화는 풍부한 색체와 생생한 영상이 돋보인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08분이란 상영시간 안에서 이 정도면 훌륭한 것 아닌지.

 

댓글 10개:

  1. 살짝 무섭더라구요! ^^

    색감도 그렇고! 하지만 조금은 신기한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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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염없이 내리는 봄 날의 함박눈을 보니, 영화 생각이 간절하더이다.

    덕분에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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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판타지 류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citrus님의 추천인 관계로 함 봐야겠군요.. ^^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citrus님..



    편안한 밤 되세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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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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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보라곰 - 2010/03/22 21:22
    아 하하 그러셨군요!

    판타지 영화니까 아무래도 좀 그렇죠?

    강렬한 분장! ^^

    요새는 3D가 대세라 더 실감나니까요.

    갑자기 숲에서 튀어나오는 그 녀석 때문에 저도 깜짝 놀라긴 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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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초하 - 2010/03/22 21:38
    봄날의 함박눈!

    판타지 영화 한 편 보기 딱 좋죠! ^^

    좋은 정보 되셨다니 저도 기분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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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별 - 2010/03/22 22:55
    음 판타지류를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살짝 조심스럽네요. 하지만 팀버튼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해 드리고 싶고. ^^ 보신다면 그별님에게도 괜찮은 영화였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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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Anonymous - 2010/03/22 23:09
    그렇군요! 그 마음도 공감이 갑니다. 저도 앨리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어린 소녀가 생각나니까요.



    그리고 저는 블로그에 방문하셔서 댓글 남겨주신 것으로도 이미 좋은 에너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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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헬레나 본햄 카더양은 팀 버튼감독의 부인이라서 왠지 그 남편의 그 아내 라는 생각이

    들곤합니다.ㅋㅋ 참...스위니 토드(2007년작) 혹시 보셨나요?

    좀 잔인하긴 해도 노래와 영상, 그리고 배우의 절묘한 조화가 멋진 영화인데

    시간나시면 꼭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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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가눔 - 2010/03/23 15:36
    가눔님 반갑습니다~



    스위니 토드는 아직 못봤어요~ 가눔님의 평을 들으니 어서 보고 싶어집니다. 제가 팀버튼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 안 본 것들도 꽤 있어요. 마구마구 추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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